공지사항

2010. 8. 21. 17:11
travel/korea judain

갑작스럽게 휴가를 챙겼다.
하루 만에 급하게 일정을 짰는데, 출발하려는 아침부터 삐그덕.
계획대로는 아니지만 어쨌든 집을 나서 동서울터미널로 고고!

첫 목적지는 영주.
원래 예천 회룡포를 가려고 했는데, 회사 분에게 그 곳보다 사람이 적고 고즈넉하니 좋다는 영주 '무섬마을'을 추천받아 덜컥 결정하게 됐다. 작년 입사하기 전에 부석사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 우연찮게도 09'내일로 여행, 오빠야 결혼식, 봉화 청량사 봄나들이 까지... 계속해서 영주를 가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버스에서 정신없이 자고 일어났더니 금새 영주 도착. 익숙한 터미널을 나와 하루에 4번 밖에 없는 무섬마을 가는 와현행 버스를 타기 위해 시내버스 정류소로 향했다. 길을 물어물어 가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500m는 족히 뛰고 걸은 듯.



3시 출발 차를 겨우 탔다! 버스 요금은 1500원인데, 내릴 때 낸다. 촌 버스는 그렇더라 ㅎㅎ
와현행 버스 탑승객의 평균 연령은 60세 정도? 오랜만에 보는 촌 버스 풍경이 나는 그저 즐거웠다.
그렇게 40여분을 달린 듯. 종점인 무섬마을에 내렸다. 



마지막 버스는 7시 조금 넘어 온다고 했다, 약 2시간 반 정도가 남아있었다.
이제 편~~하게 동네를 둘러볼까나?


















무섬마을의 원래 명칭은 수도리(전통마을). 반남 박씨, 선성 김씨의 집성촌인 이곳은 영주 일대에서 알아주는 반촌(班村)으로 삼면을 휘감아 도는 내성천을 따라 은백색 백사장과 얕은 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고색창연한 50여 고가(古家)가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이 일품이라 한다. (영주 안내자료 참고) 

버스가 다리를 건너오는 것이 잘 보이는 아무 집에 들어가(;) 마루에 무릎을 괴고 앉아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숨쉬는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았다. 마을 입구에 있는 나즈막한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보는 아저씨, 강가에서 물놀이 단속을 하는 할아버지, 간간히 밭일을 하는 어르신들. 1년에 한번 외나무 다리에서 축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일 외에는 참 시끄러울 일 없는 마을이었다. 그렇게 움직임없이 가만히 앉아 눈에 초점을 잃어가고 있으니, 지나가던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물으셨다. 그리고 마침 영주 시내에 계모임이 있어 나가는 길이라 영주역까지 태워다 주겠노라 하셨다. 

아저씨 차를 타고 뒷자석에 고이 실려 영주 시내로 나가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내가 뭔가 방언이 터졌나 사람이 반가웠나 헛소리를 많이 한 것 같다. 새언니가 영주 사람이예요 부터 어찌 휴가를 이렇게 다니게 됐는지까지. 전 같으면 모르는 사람들과 말을 섞는 것을 불편해 했을텐데. 나도 참 재밌게 나이들어 가는 것 같다. 모르면 물어가면 되고, 도움주면 고맙게 받고나서 착한 인사를 전하면 되는 쉬운 여행법도 알고 말이다. 하하하.

영주역 근처에서 해장국을 든든하게 한그릇 먹고 나와서 곧장 찜질방으로 향했다. 여름날 평일 저녁의 찜질방은 한산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만화방이 있어 거기서 딩굴거리다가 구석에 있는 기둥에 기대서 삶은 계란이랑 맥주 한 캔을 먹었다. 역시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그 맛이었다. 그렇게 잠깐의 찌질거림을 끝내고 잠을 청했다. 정확한 예정없는 내일이 불안하거나 두렵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내리 10시간을 잤다. 딱딱한 찜질방 수면실에서 에어컨 바람 솔솔 맞으며 나의 쉬운 휴가의 첫째 날이 모두 끝났다. 사진은 오빠야가 냄겨준 니콘d40으로. 백장 가까이 찍은 셀카도 있지만 부끄러워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