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13. 3. 17. 22:42
drawing judain

 

퇴근하고 골방에 돌아왔는데 나를 맞이하는 생물체.

오랜만의 불청객에 옴짝달싹 못하고 침대에 주저앉아 놈의 방향을 탐색하다가

 

'여성성이 부각되는 비명을 질러봤자 소용 없다 (그만큼 옥타브가 올라가지도 않는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나 뿐이다' 라는 생각에

 

망망대해에서 리처드 파커를 이겨먹으려는 파이처럼 비장한 마음으로 일어나

결국 외롭고도 힘겨운 사투 끝에 놈을 이겨먹었다.

 

중요한 건, 이 날의 내 격했던 감정을 이틀이나 지난 뒤에야 남자친구에게 늘여놨는데,

그 의도는 '너는 그 순간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지 못했어, 반성 좀 해.'였다.

 

내 말을 듣고, 그는 단지 이렇게 말했는데, "무서웠겠네"

그 의도는 '무서웠겠네.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