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14. 9. 19. 03:27

서울로 돌아가기 전날이다. 오후에 하이델베르크역 근처 호텔로 넘어와 체크인을 하고 트램을 타고 시내에 나가서 쇼핑을 했다. 쇼핑이래봤자 또 플레이모빌 몇 개. 정말 이 장난감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근데 흡족하다. 한국에서는 이렇게는 절대 못누리는 거니까. 뉘른베르크 서점에서는 그 동네에서만 파는 플레이모빌을 구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여긴 없었다.

마트에 가서 마지막 밤에 먹을 맥주 세병과 주전부리도 구입. 1유로도 안하는 맥주들이 널렸는데 독일 사람들은 주로 향토 맥주만 먹는 듯 했다. 그래서 나도 Heidelberger를 우선 선택. 여기서는 맥주를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그냥 두고 마신다. 맥주는 시원한 맛인데... 하고 갸웃하다 일단 마셔보면 이걸 냉장고에 넣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라는 것을 알게 된다.

뉘른베르크 호스텔에서 만났던 퀼른 청년한테 '무슨 맥주 좋아하냐'고 물으니 '우리 동네 맥주'라고 답했는데, 찾아보니 퀼른 지역의 맥주 퀼슈도 엄청 유명한 거였다. 정말 독일 맥주의 세계는 끝이 없도다.

아무튼 난생 처음으로 혼자서 이런 호텔을 경험해보는데, 북적거리는 도미토리를 떠나 마지막을 편하게 널부러져 있을 수 있다는 기쁨에 어쩔 줄을 모르겠다. 옷도 조심스럽게 안 갈아입어도 되고, 샤워하고 채 마르지도 않은 몸에 로션을 안 발라도 되고. 그러고 보면 난 원래 집에서 그렇게 편하게 살고 있는데... 이미 항상 기쁠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있었네? 돌아가도 계속할 수 있겠구나, 이런 삶ㅎㅎ하며 쓸데없이 좋아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해야 덜 슬플 거 같아서. 여행 마지막 밤이란ㅠ

아무튼 아무거나 잘먹고 아무데서나 잘자고 무탈하게 여행이 마무리되고 있다. 맥주 먹으러 내년 추석에도 다시 와야지. 그땐 조카들에게 "이 아저씨한테 인사해야지"할 수 있는 거 하나 데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후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