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16. 12. 13. 01:35
book judain

p.31


한편, 사랑은 약점에 관한 것, 상대방의 허약함과 슬픔에 감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그 약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없는 시기에 (즉, 주로 초기에) 그렇다. 연인이 위기에 빠져 낙담하거나 어찌할 줄 모르고 우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그들이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격원할 만큼 천하무적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하게 된다. 그들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망연자실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지지자로서의 새 역할을 부여받고,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덜 부끄러워하게 되고 아픈 경험을 공유하면서 그들과 더 가까워지게 된다.





Dresden. Germany 2016




p.90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토라진 사람의 분노를 감당해야 하는 특별한 표적이 되었을 때에도 온화하게 웃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그 애처로운 역설은 알아보기 어렵지 않다. 토라진 사람은 키 180센티미터에 성인의 직업을 견뎌내고 있을지라도, 진짜 메시지는 지극히 퇴행적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아직 젖을 먹는 아기이니, 지금 당장 나의 부모가 되어줘야 해. 당신은 무엇이 나를 아프게 하는지를 정확히 헤아려주어야 해. 내가 아기였을 때, 사랑에 대한 관념들이 처음 형성되었을 때, 사람들이 그래주었듯이 말이야." 토라진 연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호의는 그들의 불만을 아기의 떼쓰기로 봐주는 것이다. 누군가를 우리보다 어리게 여기는 것을 윗사람 행세로 보는 생각이 만연한 탓에 우리는 성숙한 자아 너머의 것을 바라보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내면의 아이를 만나는ㅡ그리고 용서해주는ㅡ것이 가끔은 가장 큰 특권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는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