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16. 12. 14. 23:22
book judain




p.109 


작가 앙드레 말로는 프랑스의 초대 문화부 장관이었다. 드골이라는 우파 정치인은 묘하게도 앙드레 말로라는 좌파 지식인과 두터운 우정을 나누고 있었고, 말로를 자신의 내각에 두고 싶어 했다. 앙드레 말로를 문화부 장관에 임명하는 것으로 드골은 자신의 뜻을 실현했고, 1959년 문화부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전에는 교육부의 한 부서에 불과하던 문화부 업무를 하나의 독립된 부서로 탄생시키기 위해 말로는 적합한 명분을 찾았다. 바로 '사랑'이었다. 말로는 교육부가 인류가 축척해 낸 '지식'을 후세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면, 문화부의 역할은 인류의 지적인 보물들을 '사랑'할 수 있는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육부는 지식을, 문화부는 사랑을." 그것이 앙드레 말로가 찾아낸, 문화부가 수행해야 할 사명이었다. 그리고 그 최초의 사명은 여전히 프랑스 동네 서점의 한구석에서 발견된다.


사랑은 인간이 인간을 품을 수 있게 해주는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이유이다. 인간 행동의 동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 우리는 거기에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대신해줄 수 없는 마지막 영역이다. 문화에 대한 '사랑'을 키우는 것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 이 대담한 야심을 품었다는 것은 실현했다는 것만큼이나 대단해 보인다. 사랑하면 저절로 몸이 움직인다는 건 모든 인간이 아는 진리다. 그 사랑을 이끌어내는 동기 또한 사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p.274


헝가리 당국이 오스트리아와 독일로 향하는 국제열차의 운행을 중단하자 수천 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역 주변에서 노숙하고 있었다. 이 절망과 비참의 폐허에서 어느 난민 커플이 나눈 키스 장면이 지수촌을 한바퀴 돌며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


다시 사랑할 수 있을 때 인간의 삶은 빛나기 시작한다. 뜨겁게 사랑하는 인간의 심장보다 더 강력한 모터는 없다. 인생은 만남의 변주로 만들어지는 음악이며, 그 만남이 빚어내는 불빛 아래 비치는 해석이다. 어떤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 어떤 조명을 받으며 서 있는지에 따라 같은 인생도 달리 해석된다. 난파된 배 속에 던져진 삶일지라도 사랑을 피워낼 줄 아는 두 사람은 그리하여, 세상 모든 사람을 위로했다.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인생은 다시 빛날 수 있으리.




<아무도 무릎 꿇지 않는 밤>, 목수정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