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17. 4. 23. 02:09



20160911. 뉘른베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4시간 걸려 도착한 함부르크 중앙역. 오빠야와 조카는 집으로 돌아가고, 나혼자 다시 시작하는 여행이다. 함부르크는 독일에서 2번째로 큰 도시, 이 곳에서 4일 정도 머무르며 주변 도시들을 둘러볼 참이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어놓고, 3개월 계획을 잡고 여행 중인 어린 한국 친구를 만났다. 저녁 때가 되어 뭘 먹을까 하다가 함부크르에서의 첫 끼니는 햄버거로! 체인점 Jim Block에 갔다. BBQ버거에 Just beer 병맥주 €10.2 지불. 


일을 그만두고 처음 외국 여행이라는 걸 온 이 친구 역시 오늘 막 함부르크에 왔다고 했다. 그리고 여행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얻은 정보로 여행 경로를 짜고, 당장 내일의 일정조차 불명확한 '미정'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지금 자신의 처지에 어떤 의미조차 스스로 정의내리지 못하는 다소 불안한 청춘. 누가 누굴 위로하고 응원하나.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즐기자!!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길맥으로 Astra를 마셨다. 알스터바서Arsterwasser 이게 뭐지. 3분의 1도 못 먹고 버렸는데, 찾아보니 레모네이드와 라거를 믹스한거란다. 내 입에서는 자양강장제 맛이 났다 ㅋㅋ 









그리고 다시 마주한 Astra. 이번엔 오리지날이다. 안주는 양념통닭. 함부르크에서 묵은 두 번째 날에 만난 한국 유학생이 양념치킨이 맛있는 곳이 있다며, 한인식당을 권했다. 여기까지 와서 양념통닭을 먹다니! 



[함부르크 한인식당]






보아를 닮아 예쁘장하게 생긴 이 친구는 함부르크 근교로 교환 학생을 왔는데, 함부르크에 여행 오는 한국인이 별로 없다며 나를 반가워했다. 독일과는 무관한 전공을 하고 있는데다 전혀 언어도 할 줄 모르는데 와서 수업을 듣고 있다는 걸 봐선 그냥 1년 놀러온 것 같았다. 학생인 게 부러웠고 다행히 통닭은 맛있었다. 



배를 채우고 나와서 이번에는 함부르크의 홍대 같은 곳이 있다고 나를 안내했다. 꽤 거리가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가자해서 그러자고 했다. 서울 시내의 자전거 대여 시스템 '따릉이' 같은 걸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데, 1년 회비 €5를 내고 등록하면 언제든지 탈 수 있지만 30분 안에 반납하고 다시 빌리고를 반복해야 하는 것이었다. 한번 늦으면 짤없이 엄청난 패널티를 먹는다고. 역시 독일이다.


두 대를 대여하고 30분 내 반납을 목표로 마구 페달을 밟길래 따라가기 바빴다. 유럽 체형에 맞는 자전거를 타고 돌바닥을 내달리니 가랑이도 아프고 엉덩이도 터져나가는 줄 알았다. 신난다고 웃는 어린 친구를 보며, 울 수는 없어 나도 웃었다. 덕분에 좋은 경험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슈테른상체Sternschanze. 자전거로 달릴 때는 초긴장 상태라 주변에 눈 돌릴 겨를이 없었는데, 걸으면서 이 구역을 둘러보니 젊은 학생들, 예술인들이 선호하는 곳 답게 특이한 상점들, 갤러리도 많고, 핫한 카페도 많았다. 함부르크 밤의 열기. 우리도 잠깐 쉬어갈 겸 해서 맥주를 시켜놓고 앉았다. 쾰른 지역 맥주라는 퀼슈를 여기서 드디어 영접했다. 캬!









또 다른 밤, 흑맥주 Duckstein. 

함부르크 중앙에는 알스터호라는 인공호수가 있는데, 유람선 타는 곳 쪽으로 밤마다 야경을 보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호수를 끼고 있는 레스토랑 알렉스Alex에서 주재원으로 와 있는 한국 직장인을 만나 흑맥주를 한 잔 했다. 한국은 막 추석 연휴에 접어들었고, 주재원은 한국 사무실이 쉬는 동안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야근을 한다고 했다. 저런. 술이나 드십시다. 













함부르크, 거대한 이 항구도시는 특히 야경이 너무 매력적이라, 머무는 동안 매일 밤 알스터 호수 산책을 나갔다. 근처는 고급 호텔들이 들어서 있어 밤이 늦어도 아주 위험하다는 느낌은 안들었다. 오히려 호스텔이 있던 중앙역 근처가 가장 험했다.


호수는 생각보다 아주 넓어서 산책으로 나설 때는 즐겁다가, 돌아가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지칠 뻔 했다. 워킹보단 러닝이 적합한 코스랄까. 늦은 밤 시간에도 러너들이 꽤 많았는데, 나도 러닝팬츠를 챙겨가긴 했지만, 잠옷으로만 입었다.




항구도시의 매력을 뿜는 낮의 풍경들은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