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09. 5. 6. 00:46
book judain





정한아 두번째 책.
김시내가 추천해 준 '달의바다'를 잘 읽었는데, 이번에는 그녀의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책날개의 정한아 모습은 무척 앳띄다. 
82년생이라는데, 너무 어려보인다. 허허. 


순식간에 지나갔던 연휴와, 더디게 갔던 어제의 밤.
내일 아침은 출근이다. 라는 생각에 하염없이 잠을 기다리기 보다 그냥 책이라도 읽자 싶어서 정한아 책을 붙들었는데, 조금 우울한 상태였다면 울어버렸을 것 같은 그런 이야기를 보았다. 내가 겪은 일도 아닌데, 나는 그 짤막한 단편에 순식간에 감정이입을 했다. 대단한 표현력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글 몇 줄이 내 머릿 속에 먹구름을 피워냈다.


그때, 자신의 마음이 다했다고 그가 말했을 때 나의 표정이 어땠는지 나는 늘 그것이 궁금하다. 추억이 나쁜 것은 그것이 나를 비춰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나는 그저 상상해볼 뿐이다. 나는 아마 외국어를 들은 사람처럼 그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 후로 계속, 그가 내 전화를 받지 않고 마치 잡상인을 대하듯 쇠줄로 걸어놓은 문 사이로 돌아가, 라고 낮게 뇌까렸을 때, 그의 옆에 서 있던 여자에 대해 묻는 나를 향해 웃으며 그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고 했을 때(그때 그 핵심이라는 말), 붙잡은 내 손아귀를 풀어내던 무게와 힘, 눈이 내리던 날 그의 방을 바라보고 서 있던 그 골목에서 나와 함께 얼어갔던 하얀 자전거.
첼로농장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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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의 특성상 '이야기의 끝장을 보아야 해!!!' 하는 흡입력은 없다.
동네에서 던킨도넛을 씹으며 훌쩍대며 읽다가 남겨둔 것이 아직 그 상태다. 
마저 읽어야 하는데, '아껴 읽고 싶다'는 변명으로 내일 아침 지하철 독서를 기약한다. 

그렇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한 토막, 친구 기다리며 엉덩이 붙인 의자에서 한 토막.
소설집의 매력은 흐지부지될 뻔한 시간을 아주 생산성있게 만드는 데 있음을, 나는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