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14' germany
공지사항
[Berlin] 첫날, 밤
20140909. 숙소 외에는 아무 것도 정하지 못하고 도착한 베를린. 드레스덴에는 오빠야네가 있었으니 사실상 베를린이 나의 여행 첫 도시였는데, 역시나. 중앙역에 내려서 한참을 멍하게 서 있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책으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실제 세계에서 당장 숙소를 찾는 일부터 멘붕이었다. 이 때는 정말 나에게 방향 감각이라는 것이 아예 사라졌구나 싶기도 했다. 지도에는 있다고 나오는 숙소가 왜 내 눈에는 안 보이는 것인가. 한참을 돌고 돌고. 이런 일은 여행 끝까지 계속 되었다. 겨우 짐을 풀고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조금만 걸어가면 금방 큼지막한 공원들이 나와서 좋았다. 소세지도 사 먹고, 혼자 앉아서 여행 책을 뒤적거리고 있으니 한 아저씨가 말을 걸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베를린에는..
[Dresden] 밤 산책
오빠야와 단둘이 드레스덴 구시가지 밤 산책. 낮에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도시가 그곳에 있었다. 정말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안 나오더라. 오빠야는 나보다 더 밤의 장관을 신기해하고 감탄했다. 애들이 아직 어리다 보니 일찍 재워야 해서 한번도 야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서. '혼자만 이렇게 나와서 미안하다' 그런 마음으로 계속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 어린 두 놈을 품에 끼고 자장자장 하고 있을 새언니에게 보내주는 것 같았다. 야경 사진을 다시 한장 한장 보는데, 이상하게 자꾸 그 날의 오빠야 모습이 떠올라 얄구진 눈물이 난다.
[Dresden] 독일의 흔한 가정식
드레스덴 오빠야 집에 사흘 정도 머무르면서 독일의 흔한 가정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새언니와 오빠야가 둘 다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외식을 하기엔 오빠야의 월급이 독일 최저생계비 수준이라 주로 집에서 먹는다고 했다 ㅋㅋ 아이들 때문에 전쟁터 같은 테이블이지만, 아침-저녁으로 이렇게 모여앉아 다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당연해진 일상이 부러웠다. 바쁜 아침은 빵과 시리얼. 대부분의 식재료들이 1유로의 행복이다. 따로 조리할 것도 없이, 대충 꺼내만 놔도 진수성찬! 정말 다 사갖고 오고 싶었다. 한국에서 저렇게 차려놓고 먹으려면 돈이 얼마가 들까. ㅎㅎ 악마의 잼이라는 누텔라는 여기서 처음 맛보았는데, "한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오빠야의 누텔라 설명은 정말 정확했다...
[Frankfurt times] 집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 한국 아줌마 아저씨들이 북적거린다. 벌써부터 시끄럽고 피곤해진다. 빨리 기내 맥주나 먹고 싶네. 면세점은 너무 비싸다. 갖고 싶었던 마크제이콥스 데이지 100ml는 사요나라. 대신 선글라스를 하나 구입했다. 2.5유로 모자라서 결국 카드 결제. 빵 하나 덜 사먹을 걸 쩝. 남은 유로는 내년에 쓰겠다... 선글라스는 베를린에서 잃어버리고 새언니가 대충 자외선 차단만 되는거라도 사서 쓰라길래 dm에서 6유로짜리 샀는데, 대박. 빛이 그냥 통과되더라. 결국 남은 여행 내내 머리띠로만 사용했다는 슬픈 사연. 면세점 구경도 피곤하구나. 이제 뱅기타러 가야겠다. 집에 가자.
[Heidelberg times] last night
서울로 돌아가기 전날이다. 오후에 하이델베르크역 근처 호텔로 넘어와 체크인을 하고 트램을 타고 시내에 나가서 쇼핑을 했다. 쇼핑이래봤자 또 플레이모빌 몇 개. 정말 이 장난감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근데 흡족하다. 한국에서는 이렇게는 절대 못누리는 거니까. 뉘른베르크 서점에서는 그 동네에서만 파는 플레이모빌을 구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여긴 없었다. 마트에 가서 마지막 밤에 먹을 맥주 세병과 주전부리도 구입. 1유로도 안하는 맥주들이 널렸는데 독일 사람들은 주로 향토 맥주만 먹는 듯 했다. 그래서 나도 Heidelberger를 우선 선택. 여기서는 맥주를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는다. 집에서도 그냥 두고 마신다. 맥주는 시원한 맛인데... 하고 갸웃하다 일단 마셔보면 이걸 냉장고에 넣을 이유가 하나..
[Heidelberg times] lonely
외롭다. 서울로 돌아갈 때가 되니 외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