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
지구영웅전설
핑퐁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김애란을 좋아하지만 그녀의 책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는 것과 다름없는,
말하자면 나에게 있어선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고백하자면
나는 원래 박민규 책을 다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박민규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하여
미묘한 죄책감을 느끼던... 어느 날이었다.
문득 박민규 콜렉션을 완성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박민규,
처음 손에 붙들었던 그의 책 카스테라는 도서관에서 빌린 것이었다.
침대 위에서 몸을 접었다 폈다 하며 배실배실 거리고 뒹굴면서 보았는데,
아 뭔가 새로운 독서의 맛을 발견한 듯 했다.
그 후 지구영웅전설은 어쩌다가 샀고,
핑퐁은 와우북페스티벌 신간 판매대에서 구입해 읽었지만
박민규 좋아해 라고 대단히 말할 수 있을만큼
그 책들을 애지중지 하진 않았었다.
지금도 그의 책들은 책장 한 곳에 모아져 있지 않고,
아무데나 뿔뿔이 흩어져있(을거)다.
여하튼 분명 집에 있었는데 사라진(! 누가갖고갔늬)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다시 사서 읽으면서
나는 어느정도 자신있게 아 나 박민규 너무너무 좋아해.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전 가장 최근의 신간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사서 절절히 빠져들며 읽고
마지막으로 소장하고 있지 않던 카스테라를 사 들이면서
나는 비로소 박민규 콜렉션을 완성했다.
그리고
딱히 작가의 이상 경력이나 외모?에 매혹된 것은 아니지만,
광화문 교보에서 열린 그의 사인회를 다녀오면서 나는
완전하게, 보다 확고하게,
아 나 박민규 너무너무 좋아해.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딱히 사인회 시간에 서둘러 간 것은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나는 그에게 사인받는 네 번째 사람이라는 존재가 되었고,
그는 깃털이 달린 만년필 펜촉에 콕콕 잉크를 묻혀서
번질까 조마조마, 호호 종이를 불어가며 나의 책에 사인을 해 주었던 것이다.
사인이 끝낸 뒤 일어서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았다. (악수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해서)
어색하지만, 이렇게 우리는 '시작' 했다고 믿고 싶을 만큼
나는 아 나 박민규 너무너무 좋아해.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