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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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돌지난 아들래미가 가르쳐 주지도 보여주지도 않은 '면봉으로 귀파기'를 흉내내려고 해서 살살 귓가만 닦아줬는데, 잠기운이 올라오고 기분이 좋았던지 그 후로도 자주 면봉을 찾더라고 했다. 결말은 할머니가 안 보는 사이에 제 손으로 귓구멍을 찔러 놀라 울음을 내지르고 병원으로 향하게 된 석연치 않은 이야기였지만, 그 어린 것이 살살 귀를 간지르는 엄마 손의 따스함을 알고 무척이나 좋아하며 까르르 넘어갈 듯 웃는 표정을 떠올리니 참 귀엽다 싶었다. 나도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 새우처럼 웅크리고 엄마의 큰 손이 천천히 움직이며 귓밥을 솔솔 긁어주는 것에 기분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꼭 편안하고 고요하게 잠이 들었던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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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도 좋고 어른도 좋은 귀파기, 나도 좋으면 너도 좋은 것. 인간이라면 당연한 것. 그렇게 인간에게는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욕구 본능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입 밖으로 꺼내 말해보지 않아서 그것이 보통인지, 아니면 서로 사맛디 아니한 몸들의 개성적인 반응인지 알 수 없는, 내가 가진 두 가지 특이 현상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① 책방변의증후군
"이전에 한 신문에서 '왜 책방에 가면 변의가 생기나' 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나 존재하는 것 같은데 기사에 따르면 책방에 들어가면 서서 책을 읽는다. 약간 머리를 숙이고 전방과 후방 그리고 바로 눈 앞에 신경을 집중한다. 이 자세를 취할 때 신기하게도 일종의 호르몬이 분비되어 변의가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 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khhan21) 에서
일명 '책방변의증후군'이라 일컬을 수 있는 이 이상한 증상에 시달린 적이 있다. 매번은 아니지만 서점이나 학교 도서관 책장 사이를 오갈 때 간혹 찾아왔던 내밀한 속사정이 생겼다.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그렇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과거의 난감함을 떠올리게 하는 글을 한기호 소장님의 블로그에서 발견하고는 노트 구석에 메모를 해 두었었다. 아무튼 이에 따르면 문제는 자세에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비단 책방에서만 작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는 지하철에서도 같은 자세로 서서 책을 읽지만 특별한 마려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뜻 무언가를 고르고 선택해야 하는 심리상태가 한 몫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호기심이 든다. 발견은 가설 설정으로부터 시작되는 법,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찾아나서야겠다. (매장 면적, 유동인구 등에 따른 화장실 휴지 사용량에 대한 연구가 다루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선행연구 삼아야겠다.)
② 재채기유도광
코가 간질간질 하면서 나올 듯 하다 끝내 나오지 않는 재채기가 있다. 이 재채기 불발을 경험한 누구나라면 시원하게 속 기운을 내뿜지 못한 찝찝함과 아쉬움을 공감할 것이다. 관련하여 나는 재채기가 나오려고 할 때 뭔가 눈부신 것을 바라보는 것을 통해 완벽한 발사를 도모한다. 일반적으로는 형광등을 본다. 눈이 부시면 시신경이 움찔하면서 코가 간지러워져 재채기로의 소통이 원활해 지는 것이다. 밖에서는 햇빛으로도 가능하다. 나는 이를 '재채기유도광'이라 칭한다. 오래전에 친구한테 이 사실을 말한 적이 있는데 자기 팔꿈치를 핥을 수 있는 극소수의 인간을 만난 것처럼 무척이나 신기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혹시나 해서 모르는 게 없는 똑똑한 이버횽아 페이지에서 '재채기할 때 빛' 이라고 검색해보니 몇 가지 유의미한 결과가 뜬다. '빛에서 비롯하는 재채기 반사 작용'을 경험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6분의 1 정도는 된다고 말이다. 적지 않은 인구가 같은 반응을 하는구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상세한 언급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나름 유익한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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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반사작용에 대한 고백 조로 이 신기한 현상들을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쓰면서 보니 이토록 무의미한 뻘짓이 또 있나 싶다. 좀 더 심도있는 연구 리서치를 통해 과학적인 근거를 뒷받침했어야 하는데, 앞으로 차차 보강해 나가야 겠다. 살아있음에 대한 경의로운 탐구생활 1편은 여기까지.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