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13. 3. 26. 00:50
ordinary judain

퇴근길에 오빠야네 가족이 저녁에 삼겹살을 먹는다길래 그 때부터 삼겹살을 생각했는데, 고기 살점 씹는 그 맛이 계속 생각나서 결국 혼자 삼겹살을 구어먹어보기로 했다. 이 집에 이사와 살면서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장을 봤다.

 

꽃샘추위로 아직 바람이 찬데, 현관문에 베란다 문까지 열어놓고 삼겹살을 구웠다. 달걀 후라이 두 개 정도로도 가득 차는 그 작은 후라이팬에 삼겹살 600g을 다 구우려니 한참 걸렸다. 유기농 쌈과 쌈무까지 마련해놓고, 밥도 새로 안쳤다. 그렇게 한 상 마련하고 보니 배가 너무 고파져서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나는 왜 자꾸 고기를 먹을까. 왜 자꾸 남의 살을 뜯고 싶어할까. 심지어 동네에 사는 고향 친구가 오늘 생일인데 선물 받은 케잌이 너무 커서 같이 자르자고 불러냈는데도 안 나갔다. 삼겹살이 뭐길래. 혼자 얼마나 대단히 먹어보겠다고.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도 않고 늘어져 누워있다가 문득 밥상 한 켠에 발라놓은 물렁뼈가 눈에 들어오면서 더욱 서글퍼졌다. 나 혼자 저거 다 쳐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