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가붕가 레코드가 뭐야? ㅋㅋㅋ
서울대 학내, 초저예산 '붕가붕가 레코드' 설립
기사입력 2005-02-01 16:21 |최종수정2005-02-01 16:21
다음달 17일 홍대 앞 클럽 '빵'에선 서울대 학생 밴드들이 준비한 특별한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대학생들만으로 구성된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의 설립 기념행사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붕가붕가 레코드'의 정체는 무엇인가?
'붕가붕가 레코드'의 첫 시작은 2002년부터 매년 발매된 서울대 창작곡 모음 음반 ‘뺀드뺀드짠짠’이었다고 한다.
"학교 안에 각자 음악활동을 하는 문화적 흐름이 존재해왔고 이들이 한데 모여서 만든 앨범이 '뺀드뺀드짠짠'"이라고 송재경(24, 서양사학과)씨는 말한다.
그는 1인 밴드 '9'의 '유일 멤버'이며, 엔지니어로서 붕가붕가 레코드의 핵심 멤버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제작된 '뺀드뺀드짠짠' 3집은 1000장 정도 찍어서 500장 정도 팔렸다.
대학생들이 스스로 만들고 즐기는 음반 회사
이들이 "음반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작년 말.
붕가붕가 레코드의 고건혁(24, 심리학과) 대표는 설립 취지를 "'뺀드뺀드짠짠'이라는 한시적인 프로젝트에서 지속적인 '레이블'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한다.
다음달 17일 특별공연과 함께 발매되는 '관악청년포크협의회 1집'은 이들의 첫번째 정식 작품이다.
'붕가붕가레코드'가 내세우는 기본 원칙은 '자가생산'.
고건혁씨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 대학생이 문화의 수용자이자 동시에 제작자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새로운 내용의 음악이라기보다는 방법론을 달리 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학생들이 다양한 음악적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해 드러내는 방법면에서 여러가지 한계를 가졌던 것이 사실.
이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공간적인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붕가붕가레코드의 역할이라고 한다.
저예산을 넘어 '무예산(?)'…적게 들이고 적게 번다
'자가생산'과 무관하지 않은 붕가붕가 레코드의 핵심 키워드는 '저예산'이다.
송재경 씨는 아예 "저예산도 아니고 무예산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하겠다는 욕심도 별로 없다. 적게 들이고 적게 버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고건혁 씨는 "요즘 CD 한 장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음반 가격에 거품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화려한 재킷, 막대한 홍보비 등 거품 비용을 빼고 나면 단돈 5000원에 CD를 팔더라도 이윤이 남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지나치게 저예산을 고집하면 음반의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묻자 "요즘은 디지털 기술이 워낙 발전해서 집에서 컴퓨터 하나로 녹음해도 옛날에 어설프게 돈들여서 녹음했던 것보다 음질이 좋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이윤을 남기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고건혁 씨는 "일단 홈페이지를 구축해서 통신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고, 음악파일을 무료로 배포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예상 판매량은 최소 300장 정도. 어차피 초기에는 CD 등의 음원 판매보다 공연 등 이벤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생각이라고 한다.
음반을 내서 돈을 벌려면 이 회사와 계약을 맺는 것을 삼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건혁 대표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참가한 팀에게 돈은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고.
대학생, 그리고 서울대라는 꼬리표
'붕가붕가 레코드'의 구성원이 모두 대학생이라니 그들이 졸업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걸까?
이에 대해 고건혁 씨는 "물론 학교 안에서 새로운 구성원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졸업한 뒤에도 여기 남아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단다. 이처럼 붕가붕가 레코드는 반쯤은 대학 동아리, 반쯤은 기업체의 성격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거봐라!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 않느냐!”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살금살금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부터 '뺀드뺀드짠짠'이 꾸준히 제작된 결과 이미 3집까지 나왔고 참가자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붕가붕가레코드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건혁씨는 "물론 가장 기본적인 활동 기반은 학교 공간"이라고 하면서 다른 학교화의 접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다른 대학에도 이 같은 공동체가 출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이들이 대학생들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홍대 공연을 통해서 가늠해볼 수 있다. 사실 붕가붕가레코드는 서울대라는 테두리를 넘어서 홍대라는 인디씬의 중심에 야심찬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아니면 더 나아가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기존 대중문화의 틀에 대한 작지만 맹랑한 반격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저예산-자가생산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 그래서 인디음악은 물론 대중음악 전반에 충격을 주고 변화를 가져온다"는 그들의 당돌한 목표는 쉽게 이뤄지기 힘든 것이 사실.
그러나 또 실패한다고 해서 걱정할 것은 없다. 이미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으며 스스로 즐거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만든 최초의 음반 회사인 붕가붕가레코드, 불경기에 자칫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의 재기발랄한 도전이 이제 곧 시작된다.
고건혁씨는 "누구나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한다. 음침한 반지하에 숨어있던 자취생들의 음악적 감수성이 이제 붕가붕가레코드를 통해 양지바른 바깥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노컷뉴스 박수정/손병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