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14. 11. 23. 16:44
ordinary
judain
지난 밤 늦게까지 대청소를 하느라 창문을 열어놨는데 공기가 선선하니 날이 좀 풀린 것 같았다. 가을산 한번 못 누리고 이 계절을 보낼 수 없지!! 밍맹몽에게 산에 가자 하곤 일요일 아침부터 신림동으로 향했다. 포도몰도 안녕. 사랑니 뽑았던 치과도 안녕. 도림천도 안녕. 고시촌도 안녕~
관악산 입구에서 밍맹몽을 만나 근황 토크를 하며 걷기 시작했다. 울긋불긋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흐리고 안개가 자욱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러닝화를 신고 갔는데 젖은 낙엽 때문에 미끄러워서 조심조심. 연주대 방향 직행하는 길은 너무 돌계단 오르막이라 무너미고개 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매번 이 길로 돌아가는데 능선을 넘어가는 재미가 있다.
잠시 쉬어도 가고. 추운 날씨에 달리기를 쉬고 있지만 다리에 힘쓰는 일은 이제 단련이 되어 크게 힘 안들이고 잘 올라갔다. 단지 배가 고플 뿐ㅜ 바위를 엉금엉금하거나 밧줄을 잡아야 해야할 때가 많아 장갑의 필요성도 절실하게 느꼈다.
배고픈 우리의 목표는 연주대가 아닌, 연주암 점심 공양! 12시부터 2시까지인데 오늘은 일찍 올라서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땀이 식어서 흐메 추웠다.
오늘 공양은 국수, 한사발 후루룩하고 500원이나 하는 식후땡 자판기 설탕크림커피까지! 으항 달달하고 따땃하니 좋았다~ 그러고 힘을 내어 서울대 공대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하산! 이 길이 바로, 올라올 때 그 연주대 직행 길인데! 사람도 많고 돌도 많고 가파르고... 몇 번 미끄러질 뻔한 위기를 넘겼다.
오전 여덟시 반 등산 시작, 오후 두시 하산 완료. 일찍 가면 공양 시간을 기다려야하니 다음부터는 10시에 출발해서 12시에 연주암을 찍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다시 집으로 가는 길.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달과 6펜스>를 3700원에 구입했다. 도서정가제가 막 시작한 영향도 있는건지 사람들이 많았다. 나오는 길에 벽에 있는 박완서 소설 구절이 눈에 들었다.
"청춘이 생략된 인생, 그건 생각만 해도 그 무의미에 진저리가 쳐졌다. 그러나 내가 그토록 감사하며 탐닉하고 있는 건 추억이지 현실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그 한가운데 있지 않았다. 행복을 과장하고 싶을 때는 이미 행복을 통과한 후이다." <그 남자네 집>
인생의 3분의 1을 보낸 지난 신림동 라이프가 뭉게뭉게 떠올랐다. 그것은 과장된 행복의 형태가 아니었다. 행복과 불행이 뒤엉킨 현실이었다. 그 한가운데에 있지 않는데도 아직 그렇게 여겨지는 걸 보면, 아직 그 시간을 마저 통과하지 못한 모양이다. 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