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한숨 자고 일어나서 포스팅하는 토요일의 북한산 등반. 낮 기온이 4도까지 오른다고 해서 바람막이만 가볍게 껴입고 등산화를 꺼내신었다. 불광역에서 704번 갈아타고 북한산성 입구 정류장에 도착하니 1시 반 정도. 좀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에도 등산복을 입고 같이 내린 사람이 꽤 있었다.
짐은 최소화. 이미 내 몸이 짐이니... 백팩없이 생수 한 병과 장갑을 손에 들었다.
탐방지원센터까지도 좀 걸어올라가야 했다. 옆으로 펼쳐진 등산용품 매장들을 기웃거리며 걷는데, 아이젠 이만오천원- 이걸 구경만 할 게 아니라 샀어야 했다는 것을, 이때는 몰랐다.
본격적인 등산 시작. 잘 닦여진 탐방로가 쭉 뻗어있다. 이제 막 하산하고 가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참 다들 부지런하게들 살고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만난 대서문. 북한산성의 정문으로, 성문 16곳 중에서 가장 낮은 지점에 위치한 것이란다. 1712년 숙종이 이 문을 통해 북한산성 안으로 행차했다는 기록이 있다.
점점 올라가니 얼어있는 세상이 나오고 여기저기서 촥촥촥 아이젠 소리가 들렸다. 곳곳에 겨울 등산에 아이젠을 꼭 착용하자는 플래카드도 걸려있었다. 아하하ㅠ 그래도 올라갈 때는 괜찮았는데.
오늘 등산의 목표지점, 중흥사지 비석거리를 찍고 하산하는 길부터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이런 시베리아를 보았나!!!! 계곡물은 깡깡 얼어있고...
돌계단들은 얼음 코팅이 되어 있다. 스틱도 없고 아이젠도 없는 나는 뛰어난 운동 신경과 장갑 낀 두 손만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아이젠, 아이젠, 아이젠, 아이젠, 아이젠. 내 머릿 속엔 온통 아이젠 생각 뿐이었다.
지쳐서 잠시 쉬는 중. 챙겨왔던 초코렛을 먹으며 앉았다가 눈에 보이는 나뭇가지를 하나 주웠다. 나무 스틱을 쓰는 사람은 이 산에서 나 뿐이었다.ㅎㅎㅎ 결혼할 때 혼수로 등산복 풀패키지를 장만하고 말테다!!! 푸하하.
어찌하여 하산 완료. 기암괴석이 많은 북한산은 아래에서 그냥 봐도 장관이다. 여기가 포토존이었는데, 이 뷰로 아저씨들 단체 사진도 몇 번 찍어줬다. 세 번째 봉우리가 백운대인 듯.
그리고 뒷풀이.
집에 가서 뭐먹나- 생각하다가 망원시장에 들러서 미니족발을 샀다. 항상 늦게 가서 다 팔렸다는 말만 듣던 그 족발! 아주 잘 썰어서 주신다. 슈퍼마켓에서 알밤 막걸리도 샀는데, 족발 9000원, 막걸리 1300원. 으하하. 적절하다.
다 먹고 좋은 기분으로 취해서 꿀잠.
이렇게 꿀주말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