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15. 5. 16. 18:27
ordinary judain

지난 밤 잠들기 전에 결심한 것이 있다. 하루는 종일 집 밖을 나가지 말자. 


근래 볕 좋은 봄에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강박으로 (물론 괜히 나왔다는 생각이 든 적은 한번도 없지만) 별 일 없어도 나가서 걷고,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했다. 그동안 '집순이모드off' 상태가 지속됐는데, 적지 않은 월세를 내면서 자꾸 밖으로 나도는 것 또한 낭비지 않나 싶어, 하루 쯤은 집을 지키자,고 생각했다.


자동 알람으로 켜지는 오디오 때문에 어설프게 7시에 잠깐 눈을 떴다. 깨우는 사람도 없는데 마음껏 자야지, 그렇게 다시 눈을 감고 뜨기를 반복하며 결국 침대에서 내려온 시간은 오후 3시. 대충 밥을 먹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잠깐 현관을 나가 소파 방석을 털었다. 아, 적당한 봄바람과 봄볕의 유혹. 그러나 오늘 나는 집순이다.



청소를 하고나니 커피 한 잔이 무척 생각났다. 원두는 떨어졌는데, 이대로 씻고 나가서 카페를 가야하는 것인가!! 그러다 연남동 언니들 주려고 사놨던 커피 드립백이 집에 있는 걸 발견하곤 한 봉을 뜯어 마셨다. 예가체프 스멜~



어제 욕심내어 샀던 책과 읽고 있던 책을 마저 읽으려고 오랜만에 소파에 앉았다. 램프등도 켜고 베개 쿠션에 책을 기댔다. 좋은 구절은 소리내어 읽었다. 입이 심심해져 견과류를 꺼냈다. 맥주 생각이 났지만 간(肝)은 이번 주말 휴무하기로 해서 꺼내지 않았다. 오늘은 스스로 규제를 강화한 날이다. 





볕 좋은 카페에 앉아있을 때만큼이나 행복지수가 상승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

물론 얼마든지 나의 의지 여하에 따라 마련할 수 있고,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이다. 현실이 여의치 않게 되더라도 추구할 수 있고, 보장되어야 하는 시간이다. 평생까지는 아니어도 반려자가 함께 한다면 이 시간 만큼은 신경 써 주었으면 좋겠다. (반대의 상황에서 내가 너그러이 당신에게 그 시간을 내어주지 않더라도 이해받기를 바란다. 나는 다소 이기적이다.)


해가 길어졌다. 아주 오랜만에 무한도전 본방을 보면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좋다. 오늘은 집순이,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