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15. 6. 4. 12:57
items
judain
욱해서 지른 두 켤레의 구두
토오픈으로 4센치, 6센치.
납작한 것만 신고 바닥에 붙어다니다가
며칠 구두를 신으니 기분 좋구나!
또각또각.
연초에 마경덕의 시 <신발論>으로
컨텐츠를 만들었는데
시인은 묵은 신발을 내다버린 일에 대해
이렇게 썼다.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는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過積)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船主)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내 구두들은 '나'라는 짐을 싣고
집-회사를 오가는 쪽배가 되기 보다는
당신과 함께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좋은 걸 보러 다니는 두둥실
유람선이 되기를 희망한다.
사이즈가 없어서 주문해놓은 걸
찾아오다가 문득 돌아본 사무실 동네 풍경이
그림 같아서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