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올해 첫 10k 레이스로
야심차게 접수한
푸마 이그나이트 서울!
오후부터 돌풍을 동반한 비가
온다더니, 대회장 가기도 전부터
비가 주룩주룩.
일단 홍대 주차장까지
가긴 했지만
뛸까 말까
옥루몽 빙수나 먹고
그냥 집에 갈까
내적 갈등을 느끼며
비를 피해 서 있었다.
결국 뛰기로 결심하고 짐 맡기려고
줄을 한참 서 있었더니
4시까지 짐 받는다고ㅜ
매정하게 예비차량으로 가라고 해서
갔더니 또 줄이 하염없이 길고 긴...
누구 하나 현장을
정리해주지도 않았다.
달리기도 전부터 우비쓰고
줄 서다가 기진맥진
러닝화에 빗물이 다 들어가서
질척거리고 난리
ㅠㅠ
빗 속에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앞에서 북 치면서 응원하는
언니들 춤 사위를 보면서도
아, 다들 미친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A그룹 신청해놓고
결국 C그룹 스타트라인에 섰다.
MC는 오랜만에
반가운 그 녀석, 노홍철이었다.
ㅎㅎㅎ
처음 경험하는 우중런~
일단 시작은
가볍고 신나게!
하지만 곧 이어 서강대교에서
강풍을 만나 빗물 싸다구 백 만 대!!!
아파ㅜㅜ
앞도 제대로 안 보였다.
눈을 거의 감은 채로
간간히 눈두덩이에 붙은
물뭉치를 훔쳐내면서
달렸다. 안습 ㅜㅜ
우비를 써도 소용없고,
러닝화는 거의 물봉지에
발 담은 지경이 되어 가고
질척질척
거기에
좁은 코스에서 나란히 걸어가는
사람들 피해 속도 늦추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니 힘들었다.
빗물로 웅덩이가 된 코스에서는
멈춰서서 조금이라도 얕은 곳으로
달리려는 사람들이 몰려서
또 속도가 줄어들고...
이미 물에 빠진 생쥐꼴인데
뭘 그리 주저하는 건지
암튼 참가한 레이스 중
최악의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안와도 걸어가는 사람은
항상 있으니, 이렇게 좁은 코스는
길이 막히고, 부딪치고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온 몸으로 빗물을 안고 가니
다리도 무겁고
레깅스도 달라붙어서
자유롭게 놀리기 어렵고
7-8k 들어서 무릎에
이상이 오는 것 같아 결국
1k 남기고 걷기 시작했다.
ㅜㅜ
오늘이 마지막 러닝인가
싶을 정도로 통증이 왔는데
살살 걷다가 또 달리니
괜찮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완주!
이왕 달리는 거 1시간 안에
들어와보자 했던 호기로움은
어디가고... 1시간 9분 대라니!!
기록이야 이렇다 치고,
들어와서 짐 찾는 데서
참가자 짐들이 쓰레기 더미 수준이
되어 있는 걸 보고 멘붕
ㅎㅎㅎ
에프터 콘서트는
싸이가 와서 이미 신나게
무대를 만들고 있는데..
(15곡 정도는 하고 갔다 함)
나는 멀리 있는 천막에서
은박 비닐(담요라고 했다) 싸매고
덜덜 떨기만 했다.
은박 비닐도 부족해서
어떤 사람들은 얻지도 못했다는데
감기 걸리면 누가 책임지나ㅠ
따뜻한 마실거리라도 좀 주지ㅠ
결과적으로 완주는 했지만
이 코스라면 다시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
참가자에 대한 배려가
한없이 부족했다.
인스타에서 본
'푸마를 다시는 안산다'
의견들에도 백퍼 공감.
다른 러닝화 매출은
오르지 않을까 싶다.
러닝화 다 망가졌다.
ㅎㅎ
감기 안 걸리려고
집에 오자마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데 두 손에
쥐가 나서 저릿저릿
돈 내고 고생 제대로 했네.
근육통 약 먹고
이제 한숨 자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