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16. 12. 24. 23:43
food trip judain

망원동 스페인 음식점 보라초. Borracho는 스페인어로 '만취한, 술꾼' 이런 뜻이란다. 하몽을 좋아하는 차군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위해 특별히 예약해 두었다고 해서 방문했다. 고급 식재료 대방출, 노마진으로 준비하는 코스라니. 두근두근!


이런 날 와인이 빠질 수 없지, 화이트 와인으로 마시고 싶은데 도통 메뉴판을 봐선 어떤 것이 적당한지 몰라 추천을 받았다. 오늘의 요리와 어울릴 만한, 아주 달콤한 녀석으로. 선택한 것은 마운트 릴레이 말보로 피노 그리 Mount Riley Pinot gris. 뉴질랜드 와인은 처음 마셔보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마운트 릴레이 피노 그리에 관한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http://androidb.blog.me/220662339573




오늘의 코스에 대한 안내서. 요리가 나올 때마다 식재료에 대해서 설명도 해 주신다. 잘 모르지만 접시를 바라보며 그 설명을 듣고 있으면 대단한 미식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0. 웰컴 디쉬, 지난 번 방문했을 때도 맛보았던 것인데 오늘 또 먹을 수 있었다. 빵과 토마토가 상큼하게 잘 어울리는 핑거 푸드.



1. 하몽, 초리소가 들어간 스페인식 감자 크로켓 그리고 화이트 베사멜 소스. 크로켓이 입 안에서 그냥 녹아 없어진다. 




2. 비타민 채소, 아스파라거스, 머스크멜론, 스페인 최상급 만체고 치즈와 하몽 이베리코 베요따, 그리고 레몬, 멜론쥬스 에멀전 드레싱. 이번 코스의 핵심은 만체고 치즈! 스페인 라만차 지역의 산양 젖으로 만든 치즈라, 돈키호테의 치즈라고도 한다고. 하몽과 멜론을 함께 한 입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거늘!! 이미 와인 잔을 내려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3. 찰보리 버섯리조또 그리고 푸아그라, 이베리코 꽃목심, 오리가슴살로 만든 파테. 소스 곁에 하얗게 보글보글한 것이 샤프란 카푸치노라고 했던 것 같다. 톡톡 보리 리조또의 식감이 재밌었고, 정통 푸아그라는 아니지만 (나의 첫) 푸아그라가 들어간 파테도 부드러웠다. 살짝 식혀져서 나왔는데, 원래 그렇게 먹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따뜻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4. 각종 제철 고급 해산물이 들어간 시원하고 개운한 유럽식 스프. 모시조개와 대구살이 큼지막하게 들어있는 토마토 베이스 스프. 토마토 스튜 느낌처럼 강렬하지 않고 토마토 쥬스 느낌에 가까운 깨끗하고 맑은 맛이었다. 이것도 내 스타일! 차군에게 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마음만 먹으면 다 잘하지만, 평생 마음 먹지 않을 거라고"도 말했다. 애초에 기대를 1도 안 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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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우 1++ 채끝등심 스테이크와 페드로 히메네스 리덕션 소스 그리고 구운 야채. 이것이 메인인가요!! 채끝등심은 굽기 정도를 따로 선택할 수 없었는데 미디엄 정도로 나왔다. 미디엄 레어를 선호하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소스와 구운 아스파라거스도 참 좋았다.   




6. 디저트는 버터 크림 같은 것이 들어있는 빵과 레몬 타르트. 도수가 15도 정도 되는 특별한 와인?도 한잔씩 나왔다. 향이 강한 술이었는데 달콤한 디저트와 의외로 참 잘 어울려서 신기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차군 덕분에 이렇게 고급진 코스 요리 경험도 다 해본다. 특별한 날에 호텔 뷔페를 찾는 여느 커플처럼, 연말에 좀 있어 보이는 데이트를 한 것 같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