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공지사항
책을 읽을 타이밍
이사하면서 거의 책장 하나를 중고책방에 내다 팔았다. 허무한 욕망이여. 이제는 소유욕을 버리고 책은 도서관이나 회사에서 빌려읽자 다짐했건만. 살림에 대한 책임도 커지고 용돈도 줄었는데, 요즘들어 아등바등 책은 더 사고 있다. 봄철 식욕 돋듯이 장마철 꼼짝없이 갇혀있을 생각에 독욕이라도 오른 것일까마는. 읽기나 읽고 또 사면 몰라도. 최근 베스트셀러 상위권 중에서 몇 권이나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보다 억척스럽다. 죄책감에 시달릴 무렵,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것'이라는 소설가 김영하의 알쓸신잡 어록에 조금은 위안을 얻었다. 집에서 커피를 내리면 책을 읽을 타이밍, 차군이 거실에서 자기 취향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책을 읽을 타이밍, 티비에서 홈쇼핑..
독서 휴가
지금 거제도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집 안에 있어도 바람소리가 쇠쇠 들린다. 아침까지 맑던 하늘도 회색. 그래도 스타벅스 가서 라떼나 한 잔 해볼까 하고 나왔다. 들고나온 책은 천양희 산문집 . 어제 터미널 가기 전에 교보문고 강남점 들렀다가 샀다. 얼마 전 '밥'이라는 시로 나를 콕콕 찔러댔던 그녀의 책이라 궁금해서 들추었는데, 작가의 말부터 나를 굳게 했다. "나는 그동안 막다른 길에 다다르거나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삶을 주도하는 진짜 힘은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 인간의 강점 중 하나는 멍들었다고 해서 썩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헤맨다고 다 길을 잃는 것은 아니듯이. 한때는 '추억이 고통이었고 기억이 고문'이었지만, 지금은 나를 아프게 했던 많은 것들을 고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