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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걷기 예찬
탈 것에 몸을 싣고 가면 나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걸을 때만 공간이 열리고 빈 공간들이 춤을 춘다! 걸으면서만 나는 나무에 달린 사과로 몸을 돌릴 수 있다. 걷는 사람만이 머리가 어깨 위로 자라난다. 걷는 사람만이 자기 발에 발꿈치가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걷는 사람만이 육체를 통한 이동을 느낀다. 걷는 사람만이 높은 나무의 소리를 정확하게 듣는다. 정적을! 걷는 사람만이 만회할 수 있으며, 자기 자신에게로 갈 수 있다. 걷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이 유효하다. - 페터 한트케(신정일, 꿈에서도 걷고 싶은 길)에서 재인용
언젠가. 저자와의 티타임 - 김훈.
(사진은 minolta x-300) 예전에 김시내 이모가 당첨된 김훈과의 티타임 이벤트. 따라갔다가 덩달이 되어 김훈 앞에 앉았다. 의욕이 넘치던 정브랜든 아저씨도, 멀리서 KTX타고 올라오신 이름모를 아저씨도. 김훈보다 더 강렬한 기억이 많이 남았던 그 티타임! 후기를 이제서야 찾았다. 김시내 얼굴이 제대로 나왔다. 나는 거의 가려져서 잘 안 보인다. 너무 우끼다. 크크. 김훈 티타임 후기 내용보기 http://www.kyobobook.co.kr/prom/2009/general/090210_kimhoon.jsp
2009 서울 국제 도서전
2009 서울 국제도서전. 이제 학교를 졸업했으니- 과제로 후기를 써 낼 일도 없구나. 홀가분하게. 훗. 사전등록도 해 놓은 상태라 초대권을 선배에게 넘기고 예정대로 도서전 마지막날 삼성동으로 고고. 12시 쯤 되서 도착한 것 같은데, 오전부터 사람들이 꽤 많이 와 있었다. 북적대는 여러 부스를 보니 엽서나 팜플렛이나 이런저런 것들을 챙길 기대가 증폭!!! 특히나 기대되는 열린책들 +_+ 중고책을 균일가로 삼천원 오천원~ 신간은 많이 할인 안 했지만,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사진은 Pentax me-super. agfa vista 200. film scan. (필름스캐너가 골골인지, 미슈퍼 노출계가 골골인지- 어둡고 거칠고 엉망이답. ㅠ_ㅠ) (세종대왕을 그린 그림) (그남자는나에게바래다달라고한다 의 저..
그 여자의 침대. 박현욱. 문학동네. 2008.
정한아 소설집 뒤에 문학동네의 다른 소설들 소개란에서 본 책. '아내가 결혼했다'의 저자 박현욱이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잡아끌어서 오빠야한테 도서관에서 빌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아내가- 뿐만 아니라 '새는'도 잘 읽었었다.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참 많이 공감했을 것 같은. 노티나게 난 또 그런 이야기에 끄덕였었다. 제목이 좀 그런가. 지하철 오며 가며 서서 읽는데, 앞에 앉은 사람들이 책 표지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았다. 오빠야한테 이 얘길 해줬더니, '그 여자의 침대에 그 여자만 있는 건 아니겠지.' 뜨억!!! 딩동댕. 참 보편적인 생각이다. #. 침대 때문에 불편했던 이틀이 어떤 일 년처럼 아주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또 순간의 일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틀이라는 시..
나를 위해 웃다. 정한아. 문학동네. 2009.
정한아 두번째 책. 김시내가 추천해 준 '달의바다'를 잘 읽었는데, 이번에는 그녀의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책날개의 정한아 모습은 무척 앳띄다. 82년생이라는데, 너무 어려보인다. 허허. 순식간에 지나갔던 연휴와, 더디게 갔던 어제의 밤. 내일 아침은 출근이다. 라는 생각에 하염없이 잠을 기다리기 보다 그냥 책이라도 읽자 싶어서 정한아 책을 붙들었는데, 조금 우울한 상태였다면 울어버렸을 것 같은 그런 이야기를 보았다. 내가 겪은 일도 아닌데, 나는 그 짤막한 단편에 순식간에 감정이입을 했다. 대단한 표현력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글 몇 줄이 내 머릿 속에 먹구름을 피워냈다. 그때, 자신의 마음이 다했다고 그가 말했을 때 나의 표정이 어땠는지 나는 늘 그것이 궁금하다. 추억이 나쁜 것은 그것이 나를..
탐서주의자의 책
탐서주의자의 책. 표정훈. 마음산책. 2004. 북멘토 명단에서 표정훈님의 이름을 뵙고 반가웠다. 그는 내가 이전에 읽었던 '탐서주의자의 책'라는 책을 지은 저자다. 책 리뷰라고 하긴 뭣하고, 이 책에서 따온 몇 구절과 주절거림을 포스팅하련다. 내 마음이다. #. 도덕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준법의식을 마비시킬 정도의 책 욕심이라면, 예술에서 말하는 유미주의唯美主義, 탐미주의耽美主義와 비슷한 맥락에서 유서주의唯書主義, 탐서주의耽書主義라는 말을 적용해도 좋을 듯 하다. 그렇다면 탐서주의자는 '책의 소유를 삶의 유일지상의 목적으로 삼고, 책 내용보다는 책 자체를 중시하며, 책을 진과 선 위에 두는 사람'이 된다. 나는 비록 3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탐서주의의 치명적인 욕망에 빠졌던 것이다. [p.28] '탐서..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임헌우. 나남. 2007.
말랑말랑 두뇌트레이닝은 닌텐도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 반복되는 숫자 계산과 퀴즈 맞추기로는 상상하는 두뇌를 자극할 수 없다. 당신의 두뇌에 상상력을 일깨워 줄 강한 일침! 스스로를 ‘상상력 공장장’으로 지칭하며 크리에이티브와 상상력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디자이너 임헌우는 디자인에 필요한 아이디어부터 개인의 인생, 심지어 기업의 미래까지도 모두 ‘상상력’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주장한다. ‘상상력 일깨우기 프로젝트’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비타민 영양제와도 같아 한꺼번에 전체를 읽어나가기 보다는 곁에 두고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나가기를 권장하고 있다. 무릎을 탁, 이마를 콱 짚으며 웃을 수 밖에 없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시들어가..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1994.
좀머씨 이야기, 향수, 콘트라베이스, 비둘기... 쥐스킨트 작품은 이 네 권 밖에 읽어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작가를 물어보면 쥐스킨트!라고 대답했다. 이후에 향수가 영화화되고 쥐스킨트가 더 이상 나만의 숨겨둔 남자친구 같은 작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다음부터 나는 쥐스킨트를 멀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은밀한 삶과 세상에 대한 관찰력이 내 안에 스며들었다는 것을, 다시 비둘기를 읽으며 느꼈다. 새삼. 쥐스킨트가 좋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플랑슈 가에 있는 집 7층, 24호. 사랑의 감정을 느낄 만큼 마음에 꼭 맞는 이 공간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던 조나단이 어느 날 문 앞 복도에서 비둘기 한마리와 맞닥들며 우르르쾅쾅 흔들리는 일상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하..